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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테라피: 마음이 힘들 때 읽는 책 한 권의 힘

by soooooong 2025. 4. 30.

사람은 누구나 지치고 아플 때가 있다. 그런 순간, 말 대신 조용히 곁에 있어주는 존재가 있다. 바로 ‘책’이다. 책은 때로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고, 길을 잃었을 때 방향을 제시해주며, 고요한 울림을 통해 내면을 어루만져준다. 이 글에서는 마음이 아플 때 책이 어떻게 우리를 치유해줄 수 있는지, 그리고 북테라피(독서치료)의 의미와 실제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북테라피: 마음이 힘들 때 읽는 책 한 권의 힘
북테라피: 마음이 힘들 때 읽는 책 한 권의 힘

 

북테라피란 무엇인가: 책이 주는 심리적 치유

북테라피(Bibliotherapy)는 '책'과 '치료'를 합친 개념으로, 독서를 통해 정신적 안정과 내면 회복을 돕는 심리적 치유 방법을 말한다. 이는 심리학과 문학의 교차점에 서 있으며, 치료의 도구로 ‘문장’을 사용한다.

 

1) 책을 통한 감정 정화
마음이 힘들 때 사람은 위로받기를 원하지만, 동시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 속에서 혼란을 겪는다. 책은 그런 감정을 ‘대신’ 말해주는 도구다. 글 속의 인물이나 상황을 통해 나의 내면을 간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고,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공감 속에서 위로를 받는다.

 

예를 들어, 우울한 날에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백세희 저)를 읽으면, 복잡한 감정의 결을 이해받는 느낌이 든다. 책 속 저자의 솔직한 고백과 섬세한 문장들은, 독자 스스로 마음속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만든다.

 

2) 자기 성찰과 정리의 시간
책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자기 성찰의 시간을 제공한다. 자기계발서나 철학 에세이를 읽다 보면, 삶에 대해 돌아보고 방향을 다시 잡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혼란의 원인을 찾고, 내면을 정리하는 데 책이 거울이 되어주는 셈이다.

 

특히, 비극적 상황을 다룬 문학 작품을 읽을 때 인간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고, 내 고통이 결코 외롭거나 이상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이것이 바로 북테라피의 진짜 힘이다.

 

위로받은 독서 경험: 마음이 무너질 때 곁에 있어준 책들

책은 때로 사람보다 더 가까운 존재가 된다. 말 없이 곁에 있어주고, 아무 조건 없이 다정하게 다가와준다. 아래는 필자가 실제로 힘들었던 시기에 큰 위로가 되었던 책들과 그 이유에 대한 이야기다.

 

1) 『아몬드』 - 손원평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이 세상을 배우는 이야기"라는 짧은 줄거리 속에는 인간의 본성과 공감의 의미에 대한 깊은 질문이 담겨 있다. 감정 표현이 서툴렀던 시기에 이 책을 읽고 '공감이 결코 타고나는 능력이 아니라, 배워나가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위로받을 수 있었다.

 

2)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위르겐 몰트만
이 책은 독일의 신학자가 전쟁 포로로 잡혀 있을 때 느낀 절망과 신앙, 회복에 관한 이야기다. 누구보다 깊은 어둠 속에서 쓴 글이라 그런지, 문장 하나하나가 굉장히 묵직하고 진솔하다. 인생의 의미를 놓았던 어느 시기, 이 책은 내게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이유를 조용히 건넸다.

 

3) 『어떻게 살 것인가』 - 유시민
현실과 철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책은, 삶이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울 때마다 꺼내 읽는 ‘마음의 나침반’ 같은 존재다. '지금 이 삶을 왜 살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같은 질문에 정답을 주지는 않지만, 질문 자체가 삶을 지탱하게 만들어준다.

 

나만의 북테라피 실천법: 독서를 통한 회복 루틴 만들기

북테라피는 단지 책을 읽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을 내 삶에 ‘적용’하고, '반추'하며, '지속'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내 감정에 귀 기울이고, 적절한 책을 골라, 정리하고 되새기는 일련의 루틴이 북테라피를 더욱 효과적으로 만든다.

 

1) 감정에 따라 책 고르기
마음이 복잡할 때는 에세이나 시집처럼 가볍고 짧은 문장을 택하고, 비교적 안정된 상태에서는 깊은 철학서나 문학작품에 도전해보는 것이 좋다. 감정 상태에 따라 책을 다르게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독서는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다.

 

예시

불안할 때: 『여행의 이유』(김영하)

무기력할 때: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외로울 때: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김수현)

 

2) 감정을 글로 정리하는 ‘마음 일기’
책을 읽으며 울컥했거나, 무언가 깨달았을 때는 그것을 글로 남기는 습관을 들이자. 독서 노트나 일기에 ‘왜 위로가 되었는지’, ‘내 상황과 어떤 부분이 닮아 있었는지’를 짧게라도 정리하면 마음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3) 다시 꺼내 읽을 수 있는 문장 모으기
읽은 책 중 나를 위로한 문장을 따로 정리해두면, 다시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꺼내 볼 수 있다. 좋아하는 문장만 모은 ‘마음 문장 노트’는 나만의 응급 처방 키트처럼 사용할 수 있다.

 

삶이 버거워질 때, 책은 단지 지식을 주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보다 더 큰 위로가 되어줄 수 있다. 북테라피는 단순한 독서가 아니다. 그것은 내 마음을 이해하는 여정이며,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조용한 방법이다.

책 한 권이 삶을 바꾸진 않더라도, 단 하나의 문장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 그러니 오늘도 책장을 넘겨보자. 거기엔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내 마음의 목소리’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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