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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속 미완의 책들: 끝까지 읽지 못한 책에 대한 고백

by soooooong 2025. 5. 1.

책을 좋아한다고 자부하는 나에게도, 책장 어딘가에는 끝까지 읽지 못한 책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어떤 책은 서문만 읽고 덮었고, 어떤 책은 절반을 넘기지 못한 채 몇 년째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한때는 스스로를 책을 끝내지 못하는 사람이라 자책했지만, 이제는 조심스레 묻는다. 왜 어떤 책은 끝까지 읽히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질문을 통해, 독서라는 행위와 나 자신을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되었다.

책장 속 미완의 책들: 끝까지 읽지 못한 책에 대한 고백
책장 속 미완의 책들: 끝까지 읽지 못한 책에 대한 고백

 

끝내지 못한 책이 말해주는 것들

책을 다 읽지 못했다는 사실은 때때로 작은 죄책감을 안겨준다. 그러나 미완의 책들은 사실 나에 대해, 그리고 내 삶의 상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금 나’와 맞지 않았던 책들
어떤 책들은 내용이 훌륭해도, 단순히 내가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끝까지 읽히지 않는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사회학 서적을 열정적으로 샀지만 정작 두세 장을 넘기기 힘들었던 적이 있다. 그때의 나는 일상에 쫓기고 있었고, 무거운 이론보다는 가볍게 위로받을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했던 것이다.책을 끝내지 못했다는 것은, 그 책이 나쁜 것이 아니라 내 삶의 리듬과 어긋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몰입을 방해한 주변 환경
책 한 권을 완독하려면 꽤 많은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대인은 수많은 알림, 바쁜 일정, 쉽게 닳아버리는 에너지 속에 살아간다. 어느 날은 책을 펼치자마자 휴대폰 알람에 정신이 팔리고, 어느 날은 머릿속에 ‘해야 할 일’ 목록이 떠오르며 책 속에 잠수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책을 끝까지 읽지 못한 건 내 탓이기보다는, 내 주위를 둘러싼 ‘방해의 시대’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지나치게 높은 기대와 압박감
때로는 책을 읽기 시작할 때 너무 큰 기대를 품거나, ‘이건 꼭 읽어야 해’라는 강박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러나 독서는 어디까지나 자발적이고 자유로워야 하는 일이다. ‘이 책을 읽지 않으면 지식이 부족할 거야’ 같은 압박은 책장을 넘기는 손을 점점 무겁게 만든다.독서가 숙제가 되어버린 순간, 책은 자연스럽게 미완으로 남는다.

 

미완의 책이 남긴 것들: 끝까지 읽지 않아도 괜찮아

한때는 끝까지 읽지 않은 책을 보면 스스로를 게으르다고, 인내심이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한다.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무언가를 얻고 있는 것이라고.

 

책을 덮은 그 순간까지가 나의 독서였다
한 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아도, 그 책의 첫 몇 페이지에서, 몇 개의 문장에서 충분한 깨달음이나 위로를 얻을 수 있다.어떤 책은 초반부의 한 문장이 내 삶에 오래 남기도 하고, 어떤 책은 끝까지 읽지 않아도 방향을 틀어주는 나침반이 되기도 한다.독서는 기록 경기가 아니다. 누가 더 많이, 더 빨리 읽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느꼈고 무엇을 생각했는가가 중요하다.

 

멈춘 곳에서 나를 발견하다
책을 덮은 지점, 그 멈춤의 순간은 곧 지금 내 마음의 상태를 보여준다.
어떤 철학서를 읽다가 손을 놓았던 이유는, 내가 그때 삶의 답을 구하는 대신 일상의 작은 행복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설을 읽다 멈춘 것은, 허구보다 현실에 더 집중해야 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끝까지 읽지 못한 책은 내게 말해준다.

“괜찮아, 지금 네가 필요한 건 다른 거야.”

 

책과의 관계도 유기적이다
우리는 친구를 사귀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첫인상만으로 모든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책과도 그렇다.
지금은 읽지 못했던 책이 몇 년 후,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경험을 많이 했다. 그때는 무거웠던 문장이 지금은 선명하게 다가오기도 한다.책과 나 사이의 인연도, 삶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다. 미완의 책은 미래의 나를 기다리는 선물일지도 모른다.

 

끝까지 읽지 못한 책들을 대하는 새로운 자세

이제 나는 책장 한쪽에 있는 미완의 책들을 바라보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그 책들은 내 삶의 어느 순간을 기록한 소중한 자취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책과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

 

‘끝’에 집착하지 않기
독서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 그 자체다. 완독 여부에 집착하지 않고, 책과 나 사이에 생겨나는 다양한 감정, 생각들을 즐기기로 했다.완독은 기쁨이지만, 중간에 그만두었다고 해서 실패가 아니다. 내게 필요한 만큼의 페이지를, 필요한 시기에 읽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언젠가 다시 만나기 위해 남겨두기
어떤 책은 인생의 다른 계절에 다시 만나야 한다.한때는 버거웠던 철학서가, 어느날 삶의 갈림길 앞에서 새로운 빛을 던져줄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에는 이해할 수 없던 인물의 감정이, 나이 들며 가슴 깊이 와닿을 수도 있다.
끝나지 않은 독서는 끝나지 않은 나를 위한 선물이다.

 

독서를 통해 나를 이해하기
책장을 정리하다 미완의 책들을 다시 들여다보며, 나는 종종 내 과거의 마음 상태를 돌아본다.
‘이때는 이렇게 불안했구나.’
‘이때는 여유가 필요했구나.’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한 경험마저도 나를 더 깊이 이해하는 작은 계기가 된다.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한 경험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내 삶의 리듬과 감정, 성장의 과정을 보여주는 작은 기록이다.완독하지 못한 책이 책장에서 나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또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그 책을 펼쳐 새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책장을 채운 것은 완독한 책들만이 아니라, 미완의 책들과 그 안에 담긴 나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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